서론
오늘 가져온 영화는 2021년 개봉한 '모가디슈'라는 작품이다.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발생한 내전 상황 속에서 남한과 북한이 만난다면 어떤 상황이 생겼을까? 이는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이미 일어난 사건이고, 이 영화는 해당 실화를 조금 각색해서 만든 작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극장가가 매우 침체돼있던 시기에 개봉하여 오랜만에 재밌게 본 영화였다.
제목 : 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장르 : 액션, 드라마
개봉 : 2021년 7월
감독 : 류승완
출연진 :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등
소말리아에서 만난 남한과 북한
영화의 배경은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대한민국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UN가입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시기이다. UN 가입은 회원국들의 투표로 승인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당시 소말리아의 한 표가 남한에겐 매우 중요했던 상황. 당시 북한도 UN 가입을 추진 중이었기에, 두 나라의 외교 총력전이 모가디슈에서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은 남한보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20년 정도 앞서서 외교를 시작했기 때문에 많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남한은 한신성 대사와, 강대진 참사관을 필두로 낯선 소말리아 땅에서 대한민국을 홍보하는데 열중했다. 하지만 이미 소말리아에서 기반을 닦아둔 북한은 남한을 견제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사용했고 남한도 이에 지지 않고 대응했다. 그러다가 타국 대사관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서로 노려보고, 견제하고, 조롱하느라 바빴다. 둘의 관계는 이곳 먼 아프리카 땅에서도 최악이었던 것이다.
내전 발발!
당시 소말리아는 바레 독재 정권이 오랫동안 집권해 있는 상태였고, 시민들의 불만이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오랜만에 바레 정부 대통령 궁에서 마주친 남한과 북한 관계자들은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던 중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 어떤 일인지 알아보니, 바레 정권의 횡포에 지친 시민들이 반군을 조직해 모가디슈를 함락하려고 했던 것. 모두가 소말리아 방위군과 경찰이 제압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안일한 생각이었고 결국 모가디슈 대부분이 반군의 손에 넘어가는 사태까지 오게 된다.
이 당시 남한과 북한 대사관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대사관 건물에서 쥐 죽은 듯 숨어 지내고 있었다. 밤이면 밤마다 하늘을 향해 총을 쏘고 다니는 반군들 때문에 그들은 어두워져도 일부러 불을 꺼놓고 생활했고 생필품을 얻으러 밖에 나가는 것도 매우 위험했다. 그러는 와중에 다른 나라 대사관 몇몇이 반군 조직들에 의해 강탈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강대진 참사관은 무장 경비병들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직접 그들을 모집해 오기도 했다.
반면, 북한 대사관 건물은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그들은 이미 반군에게 강탈을 당해 아무것도 먹지도 씻지도 못해서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북한의 림용수 대사는 당뇨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 치료약을 반군들이 전부 훔쳐가 앞으로의 상황이 더 문제였다. 북한 대사관에는 직원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포함해 20명 정도의 인원이 있었기 때문에 식량 문제는 더 심각했다. 이에 림용수 대사는 우호국의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려 하지만, 가장 사이가 좋은 중국 대사관은 이미 강탈당했고 다른 나라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적국이면서 동시에 같은 민족인 남한 대사관에 도움을 청해 보기로 한다.
통신 시설이 전부 파괴돼서, 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 결국 북한 대사관 사람들은 간단한 짐만 챙겨 맨 몸으로 남한 대사관까지 걸어가기로 마음먹는다. 다행히 그들은 오는 길에 강도들과 마추 지지 않고 남한 대사관에 도착하는데, 그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남한 사람들은 당황한다. 그동안 서로에게 준 상처를 생각하면 도저히 북한 사람들을 믿을 수 없었지만 불쌍한 아이들 때문에라도 한신성 대사는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을 받아주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그들은 비록 어제는 적이었지만 오늘은 아군이 되어 모가디슈를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먼저 비행기를 타는 게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 모두 당시엔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근처의 다른 나라에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남한 측에서 비행기 좌석을 마련하게 됐고, 이제 남은 건 약속된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뿐이었다.
목숨을 건 탈출
같이 지내면서 그들 간에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다.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작은 다툼도 벌어졌었지만,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도움도 주고받으면서 그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나갔다. 그들 모두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상상이라도 했을까?
모두가 안전하게 이동하려면 이슬람교 예배시간에 맞춰 이동하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지도를 보며 가장 짧은 루트가 어딘지를 조사하고 계획했다. 또한 빗발치는 총탄을 막기 위해 그들은 차량에 모래주머니와 두거운 책들을 빈틈없이 메달아 두었다. 아이들도 많았기에 모두들 더 꼼꼼하게 작업을 해야 했다. 그렇게 예배시간만 기다리며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남북한 사람들. 과연 이 철천지 원수들은 성공적으로 모가디슈를 탈출할 수 있을까? 혹시나 그들끼리 배신을 하거나 사이가 틀어지진 않을까? 나머지 내용은 영화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느낀 점 : 우리는 모두 한민족
영화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울 법한 감동적인 일들을 그려낼 수 있다. 이를 통해 교훈을 주기도 하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나는 영화의 이런 점을 정말 좋아한다. 이번 영화 '모가디슈'도 그랬다. 어디에서 남한과 북한이 이렇게까지 정을 나누어 보겠는가?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부터 마지막에 헤어지는 장면까지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푸근함을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역사가 같고, 말이 같고, 글자도 같다. 그런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총칼을 겨누고 있다는 게 참으로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한 적이었던 두 집단이 극적으로 친구가 되어 힘을 합치는 모습은 다소 개연성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남한과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생각해본다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민족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체성이 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대감을 형성시켰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당시에는 남한도 간첩행위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면 서로 모른 척해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과 그 상황에서 양측 모두 덤덤하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오랜만에 남한과 북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 반가웠지만, 사건이 발생하는 배경이 한반도가 아닌 먼 아프리카 땅이라는 점도 재밌었고, 여기에 감독의 뛰어난 연출이 더해져 현장감과 몰입감이 좋았던 영화였다. 이번 여름 시원한 액션과 은은한 감동을 함께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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