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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너의 이름은 (2016),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무스비

by heruuppowhh 2022. 5. 18.

서론

오늘 소개할 작품은 2017년에 개봉한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이다. 나는 일본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참 좋아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나왔지만, 오늘 소개할 작품만큼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는 없었다. 이 작품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는 색감을 잘 사용하는 감독으로 유명했는데 이 영화를 계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제목 : 너의 이름은 (Your Name)

장르 : 애니메이션, 로맨스

개봉 : 2017년 1월

감독 : 신카이 마코토

성우 : 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 이시 모네, 나가사와 마사미, 나리타 료

 

서로의 몸이 뒤바뀌었다?

도쿄에 사는 타키와 시골에 사는 미츠하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자신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그 사람의 일상을 보내는 것이다. 심지어 성별까지 뒤바뀐 채로 말이다! 그저 꿈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나 생생했기에 둘은 잠에 들기 전 일부러 여러 곳에 기록을 남긴다. 그렇게 며칠 동안 기록을 남기면서 서로에게 메시지를 보내던 그들은 이게 꿈이 아닌 현실임을 께닫는다.

 

졸지에 서로의 가족, 친구, 사생활까지 공유하게 된 타키와 미츠하는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서로의 일상에 깊게 관여하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피해를 줄 때도 있었지만 반대로 도움을 줄 때도 있었다. 미츠하는 싫어하던 운동에 소질을 보여 학교에서 인기 많은 학생이 됐고, 타키는 그가 좋아하던 여선배와 급격히 친해졌다. 하지만 이런 변화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면 다시 원상복구 된다. 타키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그가 좋아하는 여선배와 더 가까워지질 못했고, 미츠하도 학교 체육 시간이 되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에게 도움도 됐다가 민폐도 끼쳤다가 매일매일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타키와 미츠하. 잠들기 전 자기 얼굴에 '바보'라고 써놓고 다음날 상대방에게 골탕을 먹이려는 모습은 관객으로서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런 일상이 둘에게 익숙해졌을 때쯤, 낯선 미래가 그들 앞에 나타나려 한다.

 

무스비 (Musubi)

타키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미츠하의 몸으로 깨어난다. 마침 그날은 미츠하가 그녀의 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조상들의 사당에 가는 날이었다. 산을 오르던 중 미츠하의 할머니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무스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무스비는 오래전 '토지'를 뜻하는 단어였지만 현재는 '잇는다'라는 뜻으로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타키와 미츠하가 지금은 서로 다른 몸, 시간, 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지만, 마음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미츠하와 그녀의 할머니, 동생은 사당에서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한 그들이지만, 해는 이미 저물어 가고 멀리 서는 아름다운 노을이 펼쳐져 있었다. 노을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던 미츠하 몸속의 타키. 그때 그 모습을 빤히 보고 있던 미츠하의 할머니가 이렇게 말한다. "너는 지금 꿈을 꾸고 있구나". 이 말이 주문이 되었는지, 꿈과 같은 일상 속을 살고 있던 타키와 미츠하를 깨운다. 

 

잠에서 깬 타키는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곳은 그의 방이었고 미츠하의 할머니와 동생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깨고 싶지 않은 꿈에서 깬 탓일까? 타키는 그가 모르는 사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 너를 찾아서

타키는 모처럼 그의 몸에서 깨어나 일상을 보내는데, 문득 핸드폰을 보니 미츠하가 남긴 선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좋아하는 선배와의 데이트! 그러나 정작 타키는 그녀와의 데이트에 집중하지 못한다. 무슨 이유일까? 그토록 바라 왔던 데이트였지만 정작 타키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미츠하였던 것이다. 둘 다 매일매일 일상을 공유하며 알게 모르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왔던 것이다.

 

하루빨리 미츠하를 보고 싶었던 타키는 둘의 몸이 바뀌는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 그날 이후로 더 이상 두 사람의 몸은 바뀌지 않았다. 마치 정말 긴 꿈에서 깬 것처럼 말이다. 더 이상 몸이 바뀌지 않는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을 타키가 아니었다. 미츠하를 보기 위해 그녀가 사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기로 한다. 그에게 그곳은 이미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기 때문에 어딘지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타키는 이토모리라는 미츠하가 사는 동네로 찾아가게 된다. 도쿄에서 이토모리까지는 아주 먼 거리.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타키는 그가 기억하는 마을의 모습을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하지만 뜻 밖에도 동네 사람들은 그 마을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물어봐도 같은 대답만 듣게 되자 많이 실망한 타키. 그가 잠시 식당에 들러 허기를 채우려 하는데 그곳의 사장님에게 뜻밖의 답변을 듣게 된다. 타키가 이야기하는 마을이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마을이라는 것. 몇 년 전, 혜성의 조각이 충돌하여 이토모리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되어 호수에 잠겨버렸다는 것이다.


식당 사장님이 데려다준 곳은 유감스럽게도 타키의 눈에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었다. 미츠하의 마을 이토모리였던 것이다. 지금은 호수의 물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폐허가 되어버린 것. 그럼 미츠하는 어디 있는 것이며 그녀도 그때의 사건과 함께 사라진 것일까? 타키가 꾼 생생한 꿈은 도대체 무엇인가? 다음 내용이 정말 궁금해지는 영화이다.

 

관람 후기

타키와 미츠하가 경험한 것은 단지 허상이 아니었다. 다만 두 명이 존재하는 시간대가 다를 뿐이다. 미츠하가 타키와 공유하는 때는 타키의 시점보다 3년 전 과거이다. 때문에 현재의 타키가 이토모리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없어진 마을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미츠하의 할머니가 말한 '무스비'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해보자. 타키와 미츠하 둘의 영혼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서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결말은 정말 여운에 남고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OST는 그 감동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화려한 색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대도시인 도쿄와 시골인 이토모리의 분위기를 정말 멋지게 그려냈다. 특히 황혼에 노을 지는 모습과 혜성이 지나가는 하늘의 모습은 정말 멋졌고, 다시 봐도 감동이 그대로 전달되는 매력을 갖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너의 이름은'. 훌륭한 각본과 감독의 기가 막힌 연출 그리고 독보적인 색감까지 모든 게 완벽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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